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낙현현도]

오프 더 레코드: swtich off


무언가의 부스러기... 퇴고 안 한 글입니다 ㅠ.ㅠa

원래 소장본에 들어가려던 외전이었으나 쓰다가 너무 산으로 가서 뺐습니다. 낙현이와 현도의 학창시절 언급이 소장본에 한 줄 가량 있습니다만 별 건 아니고 낙현이가 학창시절 얘기를 하다가 과거를 떠올리고 혼자 납득하는 것 뿐입니다. 현도는 기억하지 못해요.





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모든 게 자신에게 짜맞춰진 것처럼. 이낙현이란 이름 앞에서 안 될 건 없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모두들 자신 앞에서는 한 수 접어주곤 했다. 그렇다고 그게 그를 우쭐하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낙현아.”

곁에는 항상 재단된 인물만 있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런 걸 원하진 않았으나, 할아버지가 극성이셨다. 친구들은 어느 순간 조금씩 걸러졌고 이낙현은 곧 수긍했다. 그는 주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모두 스쳐지나갈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솎아낸 인간관계 속에서 남은 건 황순찬 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낙현은 쭉 황순찬과 붙어지냈다. 그 외에는 황순찬으로 인해 구성된 인간관계였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들러붙었으나 곧 애매한 선에 어려움을 느끼며 떨어졌다.

“숙제 다 했으면 나 노트 좀 보여주라.”

“본인 일을 매번 그런 식으로 미루지.”

“사람이 다 너처럼 성실한 줄 아냐.”

실실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곤,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고 얘기하는 얼굴이 밉진 않다. 황순찬은 딱 그런 녀석이었다. 방종하고 책임감이 없는 놈처럼 굴었으나 실상 들여다보면 책임질 수 없는 건 손대지 않는 주의였다. 숙제도 밥 먹듯이 빼먹는 주제에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탓에 주위 녀석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공 좀 넘겨주세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발 앞에 공이 굴러들어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니 옆 고등학교에서 넘어온 듯 싶었다. 이낙현이 다니는 사립학교는 일반 고등학교랑 붙어있었는데, 이전에 사립으로 지어지려고 했던 게 거짓말은 아닌지 꽤 잘 사는 아이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그런 탓에 이 학교랑도 붙어있는 거겠거니 할 뿐. 사립학교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2지망으로 들어가는 학교란 얘기도 돌 정도니 말 다했다.

“조심하세요.”

공을 차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철장만 넘기면 되는 거였으니까.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하며 씩 웃어보이는 상대방을 오래 지켜보던 이낙현이 등을 돌렸다. 가타부타 덧붙일 말도 없었고, 그럴 사이도 아니였으니까.

“웬일이야?”

“뭐가.”

“이런 거 싫어하잖아.”

의외라는 듯 덧붙이는 황순찬의 말에 이낙현은 잠자코 걸음을 빨리했다. 맞는 말이다. 이낙현은 이런 사사로운 일엔 관심이 없었으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싫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정도를 못 지키는 일. 꼭 욕심을 부리다가 공이 넘어가곤 한다. 사소한 경우지만, 다치는 이도 생길 때가 있고.

“그냥.”

대답하지 않으면 괜스레 귀찮게 굴 황순찬을 알기에 이낙현은 짧게 일축했다. 변덕인가보지. 그 말에 황순찬도 더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낭패다. 비가 내린단 일기예보는 없었는데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졌다. 학교 앞 줄줄이 늘어서는 외제차 행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이낙현은 매번 차 없이 등하교를 했다. 그런 그를 별종이라 말하는 녀석도 있었고, 혹은 쓸데없는 허세라 말하는 녀석도 있었다. 이낙현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제라도 사람을 부를까 싶었으나 오늘 부모님의 외출 소식이 기억나 생각을 접었다. 아이들이 대다수 돌아간 학교 교문에는 사람이 없었다.

“우산 없어?”

우렁찬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자 담장 너머의 낯선 이가 보란 듯이 손을 흔들어보인다. 이낙현의 눈매가 갸름해진다.

“금방 갈게!”

이전 날, 공을 차달라고 부탁했던 이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라 일축하려 했으나 상대는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저러다 넘어질 텐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엄청 늦게까지 있네. 보통 다 돌아갔을 시간인데.”

입구에 경비가 있었을 텐데. 의문은 쉽게 사그라든다. 앞에서 해사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니 더욱이 그랬다.

“오지랖인데요.”

보통은 고맙다고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이낙현은 그러지 않았다. 여기서 보통 사람은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화를 내거나, 아니면 핀잔을 주거나. 그러나 눈 앞의 인물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싫어?”

말문이 턱 막혔다. 까만 눈동자가 올곧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말이 길어질 거라 여겼는지 상대는 우산을 접어 탁탁 비를 털어낸다. 바닥에 빗자국이 남았다.

“…도와달라고 안 했으니까요.”

사람들은 꼭, 나중에 도와준 것에 대가를 요구했다. 호의라고 다가와서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요구하는 것은 이제 지겹다. 자신의 배경을 보고 접근하는 이들은 쌔고 쌨고, 이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콩고물을 원하는 이도 있었다. 고작 고등학생의 나이로도 지겹게 겪어보니 어지간한 호의는 이제 달갑지 않았다.

“꼭 도와달라고 해야 도와주나?”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눈을 껌벅이는 상대의 말에 이낙현의 입이 다시 다물린다. 맞는 말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그렇게 구태여 도와주지도 않죠.”

그에 상대는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함을 토로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웃는다. 퍽 사나워보이던 눈매가 곱게 접힌다. 순식간에 달라보이는 인상에 이낙현은 두어 번 눈을 깜박였다. 다른 사람 같아.

“그래서 싫어?”

“……아니요.”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물음. 이낙현은 느리게 답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싫다고 대답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황순찬이 옆에 있었다면 이상하다고 말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럼 됐네. 어디로 가?”

툭툭 우산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말하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낙현의 시선이 운동장을 향했다. 비가 오래 내릴 듯 싶었다.

“가까운 카페까지만.”

좀 더 기다렸다가 연락을 할 셈이었다. 낯선 이에게 집까지 바래다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 귀찮은 일이 얽히는 건 싫었고, 귀찮게 하는 것도 싫었다. 카페까지만 다다르면 상대도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돌아가리라 여겼고. 그러나 그건 오산이였던 모양이다.

“뭐 시킬래?”

“안 가세요?”

명백한 축객령. 그러나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메뉴를 골랐다. 카라멜 마끼야또 주세요. 이어지는 말에 이낙현의 미간이 조금 좁혀진다.

“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자연스럽게 카드를 꺼내드려는 이낙현의 행동 보다 상대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스탬프도 찍어달라며 붙임성 있게 웃어보이는 얼굴은 한 두 번 온 곳이 아닌 듯 싶었다. 도장 찍힌 쿠폰을 받아들며 희희낙락하는 얼굴을 보며 이낙현은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사는 거니까 도장은 받아도 되지?”

“좋을대로.”

“애가 혼자 있는데 어떻게 그냥 가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러는 그쪽도 학생인데요. 말을 덧붙이려다가 포기한 이낙현은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제멋대로인 사람을 상대해봤자 피곤해진다.





1차 창작

칼립소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